영동 김참판댁에서 만난 고요한 가을 고택의 품격

가을 볕이 포근하던 오후, 영동 양강면의 김참판댁을 찾았습니다. 들판 끝자락에 자리한 고택은 낮은 산을 등지고 넓은 마당을 품고 있었습니다. 멀리서 바라보면 기와의 곡선이 부드럽게 이어지고, 가까이 다가가면 돌담 사이로 스며드는 바람이 고요했습니다. 대문 앞에는 오래된 소나무가 서 있고, 가지 끝에서 낙엽이 천천히 떨어졌습니다. 마당을 지나며 들리는 발소리조차 이 집의 세월에 스며드는 듯했습니다. 한옥의 선과 색, 나무의 결이 조화를 이루고 있어, 한눈에 ‘오래된 품격’이 느껴졌습니다. 이름보다 그 분위기가 먼저 마음에 남는 고즈넉한 공간이었습니다.

 

 

 

 

1. 들길 끝에 자리한 고택의 첫인상

 

김참판댁은 영동읍에서 차로 약 15분 거리, 양강면 묵정리의 조용한 마을 끝자락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내비게이션에 ‘영동 김참판댁’을 입력하면 마을길을 따라 좁은 포장도로를 지나게 되는데, 길이 평탄해 접근은 어렵지 않았습니다. 입구에는 ‘충청북도 유형문화재 제134호 영동 김참판댁’이라 새겨진 표지석이 세워져 있고, 주차장은 대문 앞의 공터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돌담을 따라 걷다 보면 낮은 솟을대문이 나타나며, 문 위에는 검은색 현판이 걸려 있습니다. 대문을 지나면 마당이 넓게 펼쳐지고, 중앙에 커다란 우물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주변 들판이 한눈에 들어오는 위치라 바람이 잘 통하고, 햇빛이 집 전체를 고르게 비추고 있었습니다.

 

 

2. 전통 한옥의 구조와 아름다움

 

김참판댁은 조선 후기 상류가옥의 전형을 보여주는 건물로, 안채와 사랑채, 행랑채가 독립적으로 배치된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사랑채는 넓은 대청마루를 중심으로 좌우에 방이 있으며, 마루에서 보는 바깥 풍경이 한 폭의 그림 같았습니다. 기둥은 곧고 단단하며, 목재의 결이 선명하게 살아 있었습니다. 지붕의 팔작선은 완만하면서도 단정했고, 처마 밑의 서까래 배열이 고르고 정갈했습니다. 안채는 생활공간으로, 사랑채보다 높게 위치해 있으며, 부엌과 다락이 이어져 있습니다. 대문채 옆의 담장은 돌과 흙을 섞어 쌓은 전통 방식으로 만들어져, 세월의 흔적이 자연스럽게 남아 있었습니다. 전체적으로 화려함보다는 단정함이 강조된 품격 있는 한옥이었습니다.

 

 

3. 김참판댁의 역사와 인물의 흔적

 

이 고택은 조선 후기 관료였던 김참판이 살던 집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는 양강면 일대의 유력한 문중 인물로, 청렴한 성품과 학문적 업적으로 지역 사회의 존경을 받았다고 전해집니다. 안내문에는 19세기 중반에 건립된 것으로 기록되어 있으며, 당시 지방관의 주거양식과 건축기법을 잘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사랑채 마루 위에는 ‘양심당(養心堂)’이라는 현판이 걸려 있었는데, ‘마음을 기른다’는 뜻이 집의 주인의 삶을 상징하는 듯했습니다. 안채 안쪽에는 제례 도구와 목가구들이 정갈히 전시되어 있었고, 그 중 오래된 필함과 붓거치대가 눈에 띄었습니다. 집 곳곳에 학문과 절제가 어우러진 분위기가 남아 있었습니다.

 

 

4. 세심한 관리와 고택의 고요함

 

김참판댁은 현재 후손들이 중심이 되어 관리하고 있으며, 일부 공간은 문화재 체험용으로 개방되고 있습니다. 마당은 깨끗하게 쓸려 있었고, 낙엽이 모서리마다 가지런히 쌓여 있었습니다. 사랑채 마루는 반질반질하게 닳아 있었지만 먼지 하나 없이 정리되어 있었고, 기와지붕의 선도 매끄러웠습니다. 담장 안쪽에는 소규모 화단이 있어, 국화와 억새가 어우러져 있었습니다. 관리소 한켠에는 QR코드가 부착된 안내문이 있어, 스마트폰으로 건물 구조와 복원 과정, 김참판댁의 역사적 배경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공간 전체에 여백이 많아 조용히 머물기에 적합했고, 바람이 지날 때마다 나무기둥이 아주 미세하게 떨리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세월의 무게와 사람의 손길이 동시에 느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5. 주변 풍경과 함께하는 느린 여유

 

고택을 둘러본 뒤에는 인근 양강천을 따라 이어진 산책길을 걸었습니다. 물소리가 잔잔히 흐르고, 강가에는 억새와 갈대가 가을빛을 머금고 있었습니다. 차로 10분 거리의 ‘난계국악당’에서는 지역의 국악 전통을 체험할 수 있었고, 김참판댁의 조용한 분위기와 묘하게 닮아 있었습니다. 점심은 근처 ‘양강골두부집’에서 손두부정식을 맛보았는데, 고소한 향이 오래 남았습니다. 오후에는 ‘영동난계기념공원’을 방문해 국악과 선비문화가 어우러진 전시를 관람했습니다. 김참판댁을 중심으로 하루를 계획하면, 조용한 문화 탐방과 자연 산책을 함께 즐길 수 있었습니다.

 

 

6. 방문 전 알아두면 좋은 점

 

영동 김참판댁은 상시 개방되어 있으며 입장료는 없습니다. 주차 공간은 협소하므로 평일 방문이 편리합니다. 내부 촬영은 가능하지만, 제사 도구나 가구에는 손을 대지 말아야 합니다. 신발을 벗고 마루에 오를 수 있으며, 음식물 반입은 제한됩니다. 봄에는 매화와 산수유가, 가을에는 단풍과 억새가 고택 주변을 물들입니다. 여름에는 벌레가 많아 긴 바지를 착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무엇보다 이곳은 한 가문의 역사와 정신이 깃든 생활 공간이기에, 조용히 머무르며 그 고요함을 느끼는 것이 좋습니다. 오전 10시 전후의 햇살이 가장 아름답게 마당과 기둥을 비춥니다.

 

 

마무리

 

영동 양강면의 김참판댁은 크지 않지만 고요한 기품이 깃든 고택이었습니다. 대문을 지나 마루에 오르는 순간, 오랜 나무와 흙의 향이 공기 속에 퍼졌습니다. 군더더기 없는 구조와 절제된 장식 속에서 오히려 세월의 품격이 느껴졌고, 사람의 손길이 닿은 따뜻한 전통의 아름다움이 살아 있었습니다. 관리가 세심하게 이루어져 관람이 쾌적했으며, 집의 각 공간이 전하는 의미가 차분하게 다가왔습니다. 다음에는 초봄에 다시 찾아, 마당에 매화가 피고 산새 소리가 울리는 계절의 고택을 보고 싶습니다. 영동 김참판댁은 단정함과 깊이를 함께 품은, 영동의 귀한 국가유산이었습니다.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해암사 창원 마산합포구 구산면 절,사찰

자운암 서울 관악구 신림동 절,사찰

청룡사 창원 진해구 자은동 절,사찰